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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式 단팥빵·소보루빵, 파리지앵 녹이다

쾌남덩어리 2015. 7. 22. 07:02

[현장르포] 이달 프랑스 현지에 문 연 파리바게뜨 2호점 가보니 佛 빵만 팔던 1호점과 달리 한국식 빵 '코팡' 5種 첫선… 하루에 60개도 넘게 팔려 한국식 카페 매장도 인기, 1호점 하루고객은 850명조선비즈 | 파리 | 입력 2015.07.22. 03:08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인 '오페라 가르니에'와 '루브르박물관'을 잇는 약 1㎞ 길이의 오페라가(街)는 캐주얼 차림을 한 관광객과 정장(正裝)을 입은 회사원, 서양인과 동양인이 뒤섞여 늘 붐비는 곳이다. 이곳에 'PB'라는 동그란 마크가 찍힌 빵집이 지난 1일 들어섰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오페라점'이다. 작년 7월 말 파리 샤틀레역 부근에 1호점을 열며 '본토 공략'에 나선 지 1년 만에 파리 2호점을 낸 것이다. 1호점이 프랑스 빵만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파리바게뜨 고유의 기술력과 품질이 응축된 '한국식(式) 빵'으로 승부하고 있다.

↑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에 최근 문을 연 ‘파리바게뜨 2호점’에서 고객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이 매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식 단팥빵과 소보루빵. /SPC그룹 제공

◇파리에 첫선 보인 '한국식 빵'

지난 17일 낮 매장에 들어서니 바게트와 크루아상, 뺑오쇼콜라 같은 프랑스 전통 빵들이 푸짐하게 진열돼 있었다. 더 눈에 띈 것은 '코팡(kopan)'이라는 별도 코너. '브리오슈 레드 빈' '크럼블 아몬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한눈에 단팥빵과 소보루빵임을 알 수 있었다. SPC그룹이 파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한국식 빵'이다. 매장에서 만난 SPC그룹 심재식 부장은 "단팥빵·소보루빵은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에서 제조법을 더 발전시켰고 그것을 파리에 가져와 프랑스인의 입맛에 맞췄다"며 "제빵 기술로 현지의 인정을 받고 우리 빵으로 프랑스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주문하던 고객 피예부르(53)씨가 단팥빵을 보고 계산대에 있던 제빵사 기욤에게 "이게 도대체 어떤 빵이냐"고 물었다. "붉은 콩을 삶아 설탕을 첨가해 넣은 브리오슈(버터·달걀 등을 넣은 부드럽게 만든 프랑스 빵)"라는 대답을 듣고 피예부르씨는 흔쾌히 집어들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모두 먹은 후 디저트처럼 단팥빵을 베어 문 피예부르씨는 "붉은 콩(팥)이 들어간 빵은 처음 먹어본다. 달콤한 맛이 색다르고 맛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이 파리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한국식 빵은 단팥빵과 슈크림빵 등 모두 5종류다. 단팥빵과 슈크림빵의 소(앙꼬)는 한국 것과 비슷했다. 빵은 차진 느낌이 덜한 대신 담백했다. 한국의 파리바게뜨에서 10여년간 빵을 만들었던 기욤은 "프랑스인은 입안에 붙는 찐득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프랑스의 브리오슈를 응용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표 생크림인 '샹티이 크림'을 넣은 단팥빵도 판매 중이다.

파리 매장에서 선보인 '한국식 빵'에 대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직접 '코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국의 빵(Korean Pan)'이라는 뜻인데, 프랑스어로 '친구'인 '코팽(copain)'과 발음이 비슷하다. 파리 2호점에서만 하루 60개 넘게 팔린다. 심재식 부장은 "1호점의 하루 고객은 약 850명으로 개점 초 대비 30% 이상 늘었다"며 "매장 전체로도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과 카페 공간 완전 분리…직장인·관광객에 인기

파리 2호점은 매장 시스템도 한국식을 도입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빵집은 빵만 팔고 대부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오후 시간 간단한 간식과 차(茶)를 즐기는 다과점(salon de thé)이 있지만 이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가격도 비싸 이용객이 많지 않다. 하지만 파리 2호점은 아예 매장을 1·2층으로 구분해 2층엔 22개의 좌석과 테이블만 놓인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파리의 거리를 내려다보며 편하게 빵과 음료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에선 흔해도 프랑스 빵집에서 매우 희귀한 형태다.

프랑스의 음식 전문 인터넷 잡지인 '스내킹'은 "2층 별도 공간에서 프랑스 전통 빵은 물론 샐러드와 샌드위치, 한국 스타일의 빵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SPC 김범성 상무는 "한국식 제품과 매장 운영 방식을 강화해 프랑스 현지 매장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