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슈슈=생크림롤’, ‘파블로=치즈타르트’, ‘핫텐도=크림빵’, ‘라뒤레=마카롱’, ‘타르틴=타르트’, ‘파파버블=사탕’….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바로 대표 제품이 떠오를 정도로 한 가지 메뉴를 집중적으로 파는 전문 디저트 매장이 백화점 식품관을 장악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1일 강남점에 식빵 전문점인 ‘장화 신은 젖소’와 치즈케이크 전문점인 ‘르타오’를 동시에 연다. 같은 날 영등포점에선 크림빵 전문점 ‘크림바바’를 개점한다. 서울 삼청동에 본점이 있는 장화 신은 젖소는 일반 빵집과는 달리 담백하고 쫀득한 식감의 식빵만 판다. 일본 베이커리인 르타오도 치즈 케이크만 몇종류 판매하는 특화된 전문점이다. 특히 작은 크기의 부드러운 원형 치즈케이크 ‘더블 프로마쥬’는 일본에서 1년에 250만개가 팔린다. 전체 매출의 85%나 되는 대표상품이다. 홋카이도산 생크림에 호주산 크림치즈, 이탈리아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어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크림바바는 크림빵만 파는 곳이다. 크림빵 한 가지를 개발하는데 3년 동안 공을 들였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디저트 바이어 조창희 과장은 “경쟁이 치열한 디저트 시장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분석해봤더니 다른 곳을 압도하는 ‘대표 메뉴’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전문점들을 들여온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이 디저트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한 가지 메뉴를 특화한 브랜드가 전체 브랜드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디저트 매장 전체가 10.6%, 8.3% 매출이 늘었는데 한 메뉴 매장은 각각 19.8%와 17.6%로 약 두 배 빨리 성장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본점에 치즈타르트 전문점 ‘파블로(Pablo)’를 열었다. 2011년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연 이 브랜드가 해외에 매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굽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대형 매장에서 마치 스테이크처럼 불의 강도를 조절해 치즈가 흘러내릴 듯한 식감의 ‘레어(rare)’와 적당히 부드러운 ‘미디엄(midium)’ 등의 치즈타르트를 굽는다. 올 1월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경쟁적으로 들여온 ‘핫텐도(八天堂)’도 크림빵 전문점이다. 일본 히로시마 브랜드로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며 차갑게 먹는 크림빵’이라는 컨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개당 2800원인데 주말이면 점포당 6000개가 넘게 팔린다.
갤러리아명품관의 식품 매장 ‘고메이494’는 단일 메뉴형 매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첨가물이나 시럽은 물론 물까지 넣지 않은 과일·야채주스 매장 ‘머시 주스’, 수제 유기농 그릭요거트 전문점인 ‘유니드마이요거트’, 스페인 디저트인 츄러스 전문점 ‘츄로101’ 등이다. 다음달 7일에는 초콜렛 피자 등 초콜렛 메뉴 전문 매장인 이스라엘 브랜드 맥스브레너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미국·호주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다.
2013년 여름 국내에 디저트 열풍을 몰고 온 생크림롤 전문점 ‘몽슈슈’가 ‘한 우물만 깊게 파는 디저트 전문 매장’의 효시격이다. 주머니처럼 만든 크레이프 안에 생크림을 넣은 해피파우치나 푸딩 같은 메뉴도 있지만 홋카이도산 생크림으로 속을 듬뿍 채운 ‘도지마롤’이 매출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몽슈슈는 압구정 본점 매장에서만 한 달에 4억원씩 매출을 올리며 기존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말했다. 몽슈슈 도지마롤과 함께 오사카 3대 롤케이크로 꼽히는 ‘핫삐돌체(8b Dolce)’ 역시 현대백화점에서 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바마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주니어스’나 ‘치즈케이크팩토리’ 같은 미국식 치즈케이크, ‘프랑스에서 온 붕어빵’(크라상 같은 반죽으로 만든 붕어빵), 수제 사탕 전문점인 ‘파파버블’, 타르트 전문점인 ‘타르틴’ ‘줄리에뜨’ 등도 인기 있는 단일 품목 매장이다. 200여가지 디저트를 파는 ‘오뗄두스’의 경우 최근 슈크림 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파는 ‘퍼프’라는 새 브랜드를 신세계 강남점에 열었다.
‘한 가지 메뉴 매장’이 늘어난 것은 디저트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관련 있다. 디저트 매출은 ▶경기침체에 1만~2만원대의 ‘작은 사치’가 유행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단맛을 선호하는 데다 ▶서양식 식습관의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백화점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기 침체에도 디저트 매출은 연평균 15%씩 성장했다.
이 때문에 ‘디저트 전쟁’이라고 할만큼 각 백화점이 유명 디저트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해외 브랜드, 특히 지역적으로 가깝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일본 브랜드가 대거 진출했다. <본지 2015년 3월 5일자 B1면> 그런데 일본의 디저트 시장은 이미 세분화해 전문점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몽슈슈나 파블로, 핫텐도처럼 성공한 ‘한 메뉴 브랜드’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프랑스의 ‘라뒤레’나 ‘피에르에르메’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카롱 전문점, 벨기에 ‘고디바’나 프랑스 ‘라 메종 뒤 쇼콜라’, 일본 ‘로이스’ 같은 초콜렛 전문점도 진출했다. 피에르에르메의 경우 개점 당일 4000만원어치를 팔 정도로 디저트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와진 것도 단일 메뉴형 매장이 늘어난 이유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황슬기 수석바이어는 “디저트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고객이 늘면서 단일 메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갤러리아 F&B전략팀 박보영 바이어는 “디저트 시장이 커지면서 거리 매장에서 먼저 마카롱·카스텔라 등 단일 메뉴에 집중한 전문점이 나타났다”며 “이에 맞춰 소비자의 입맛이 더 고급스럽고 다양해졌고 백화점도 이런 경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품목에 역량을 집중시켜 차별화한 맛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삼청동·이태원·홍대 등지의 개인 매장이 백화점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선택을 단순화 한 것도 성공 비결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도 ‘이 브랜드에서는 이 메뉴만 주문하면 된다’는 식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의 경우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 매장에서는 대표 메뉴인 단팥빵과 야채빵 위주로 메뉴를 단순화해 더욱 인기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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