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넣어 만들거나 초콜릿으로 아이싱(Chocolate icing, 초콜릿을 녹여서 물과 슈거파우더를 섞은 후에 케이크 표면에 바르는 것)한 케이크를 초콜릿 케이크(Chocolate cak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초콜릿을 이용하여 만드는 케이크는 무수히 많아서 이루 헤아리기 조차 어렵습니다.
데블스 푸드 케이크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데블스 푸드 케이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20세기 초반(1902년)으로 로러여사(Mrs. Rorer)가 쓴 요리책에 그 배합표가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유명한 음식작가였던 캐롤라인 킹(Caroline King)은 유년시절을 회고하면서 1880년대 중반에 이미 그녀의 가족들이 데블스 푸드 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합표만을 보고 그것이 초콜릿 케이크인지 데블스 푸드 케이크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20세기 들어서 발행되는 요리책에는 초콜릿 케이크와 데블스 푸드 케이크의 배합표가 같이 실려 있으므로 그 차이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데블스 푸드 케이크의 초콜릿 함량이 보통 2배 정도 더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초기의 데블스 푸드 케이크에는 초콜릿을 녹여서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코코아를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엄밀히 말하면 초콜릿 케이크인 데블스 푸드 케이크가 어떻게 하여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몇 가지 자료를 통해서 그 기원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데블(Devil or devil)이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데블(devil)이란 단어가 음식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786년이었으며, 그 의미는 “매운 재료들로 잘 양념되어 끓이거나 튀긴 요리”를 말하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1800년경에는 동사적 의미로도 사용되는데 “얼얼하게 매운 향신료나 양념으로 요리하는” 것으로 의미상의 차이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19세기 초에 데블드(Deviled)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추(cayenne)나 겨자(mustard)로 맵게 양념되어 조리된 다양한 음식으로 데블드 에그(deviled eggs), 데블드 햄(Deviled Ham)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럼 데블스 푸드 케이크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초콜릿이 케이크의 재료로 사용되면서 초콜릿 케이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1902년에 발행된 요리책에 데블스 푸드 케이크의 배합표가 나오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시기 미국에서는 음식용어에 데블드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던 때이기도 했었지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초콜릿과 데블의 관련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 단서의 실마리는 ‘아즈텍 데블스 푸드 케이크’(Aztec Devil’s food cake)라는 배합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검은 후춧가루(black pepper)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먹고 있는 초콜릿은 달콤한 맛을 내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렵겠지만, 역사적 기록으로 확인되는 바에 따르면 처음으로 초콜릿 음료를 만들어 먹었던 아즈텍족(Aztecs)과 마야족(Mayans)은 카카오를 조리할 때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었다고 합니다. 이칼 카카우(ikal kakaw)나 칠카카우아틀(chicacahuatl)은 멕시코산 고추를 넣은 초콜릿 음료란 뜻이었으며 실제로 만들어 먹어보면 ‘혀끝이 달아오르는 뒷맛이 일품’이라고 하는군요.
1570년대에 멕시코에 체류한 스페인의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프란시스코 에르난데스(Francisco Hernandez)는 그의 저서에서 당시의 초콜릿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즈텍족들이 초콜릿을 만들 때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향신료로 우에이나카스틀리(hueinacaztli), 틀릴소치틀(tlilxochitl), 메칵소치틀(mecaxochitl)을 넣었는데, 우에이나카스틀리는 번지과에 속하는 식물의 꽃잎으로 쓴맛과 후추맛이 나고, 틀릴소치틀은 바닐라의 일종이며, 메칵소치틀은 후추와 사촌간이 되는 피페르속의 식물로 후추와 관련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서로 다른 맛과 향기를 지닌 조미료나 향신료를 넣으므로써 요즘보다는 훨씬 다양한 형태의 초콜릿 맛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고추나 후추를 사용한 초콜릿 케이크를 데블스 푸드 케이크라 부를만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의미로서는 엔젤 푸드 케이크와 대비하여 조밀한 식감과 어두운 색깔 때문에 데블스 푸드 케이크라고 이름 붙였다(Jean Anderson’s American Century Cookbook)는 것입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 데블스 푸드 케이크의 변화과정에 유추하여 판단하는 근거들인 것 같습니다. 초콜릿 케이크, 레드 벨벳 케이크. 레드 데블스 푸드, 데블스 푸드 케이크 등은 서로 비슷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콜릿 케이크는 초콜릿의 종류에 따라 케이크의 색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데블스 푸드 케이크는 다크 초콜릿(dark chocolate)을 사용하기 때문에 케이크의 내상이 다소 짙어질 수 있습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진한 붉은 계통의 갈색을 띠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레드 벨벳 케이크(Red Velvet Cake)라는 이름도 사실은 속살의 붉그스럼한 색조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케이크의 색상이 붉은 이유는 재료에 들어가는 베이킹 소다와 코코아가 오븐에서 구워질 때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적 착색현상에 의한 변화는 매우 미미할 뿐이었으며 오히려 붉은 염료를 사용하여 색상을 강조하는 경향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 생각을 가중시킨 것은 아마도 초기의 더치 코코아를 사용했을 때의 색깔을 재현하려는 기술자들의 의도적인 모습도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초콜릿 케이크가 만들어진 후 제품의 제조방법이 약간씩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름도 새롭게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진실성은 차치(且置)하더라도 레드 벨벳 케이크를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Waldorf-Astoria Hotel)의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여 월도프 아스토리아 케이크(Waldorf-Astoria Cake)라 부르고, 그 케이크를 먹어본 어느 부인이 쉐프에게서 100달러를 주고 배합표를 구입하여서 100달러 케이크($100 Cake)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외) 코코아를 사용한 케이크의 여러 이름들
① Satan Cake - 1930’s
② Demon Cake (Hershey) - 1934
③ Devil’s Delight Cake (Hershey)- 1934
④ Real Red Devils Food - 1945
⑤ Black Midnight Devils Food - 1945
⑥ Elegant Devils Food - 1958
⑦ Mahogany Cake - (no date)
⑧ Red Velvet Cake - (no date)
⑨ Oxblood Cake - (no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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